신경치료를 하면 이가 죽는다는 말은 맞나요?

신경치료는 치아 안쪽의 염증 난 신경을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신경이 없어져도 치아는 잇몸과 뼈에 붙어 그대로 기능하고, 다만 부서지기 쉬워지기 때문에 씌우는 단계가 따라옵니다.
"신경치료를 하면 이가 죽는 거 아닌가요?" 진료실에서 신경치료를 권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질문입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오해입니다. 치아 안쪽의 신경은 실제로 제거되지만, 치아 자체가 죽어서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치아 안에 있는 것과 밖에서 붙잡는 것
치아 가운데에는 신경과 혈관이 들어 있는 작은 방이 있고, 그 방은 뿌리 끝까지 가는 관으로 이어집니다. 충치나 균열로 세균이 여기까지 들어오면 염증이 생기고, 그것이 밤에 욱신거리는 통증의 정체입니다. 신경치료는 이 방과 관 안의 염증 난 조직을 걷어 내고, 소독한 뒤, 빈 공간을 재료로 채워 세균이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치료입니다.
그런데 치아를 턱뼈에 붙잡고 있는 것은 이 안쪽 신경이 아니라 뿌리 바깥을 감싼 치주인대와 뼈입니다. 신경을 제거해도 이 바깥 구조는 그대로라서 치아는 계속 자기 자리에서 씹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를 두고 "죽었다" 고 하기보다 "안쪽 신경이 없는 치아" 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합니다.
대신 부서지기 쉬워집니다
오해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신경과 혈관이 없어진 치아는 안쪽에서 수분과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마르고 부서지기 쉬워집니다. 게다가 신경치료를 하려면 치아 위쪽을 열어야 하고, 대개 그 치아는 이미 충치로 많이 상해 있던 상태라 남은 벽이 얇습니다. 이 상태로 그냥 쓰면 씹다가 치아가 세로로 쪼개지는 일이 생기고, 뿌리까지 쪼개지면 그때는 살릴 수 없어 발치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신경치료가 끝나면 크라운을 씌워 치아 전체를 감싸는 단계가 따라옵니다. 이것은 별개의 치료가 아니라 신경치료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습니다. 씌우지 않고 두는 것은 애써 살린 치아를 다시 잃을 위험을 안고 가는 일입니다. 전체 과정은 신경치료 안내에 순서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신경치료를 피하려고 참으면 어떻게 되나요
신경이 죽는다는 말이 무서워 통증을 참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염증 난 신경은 저절로 낫지 않습니다. 통증이 어느 순간 조용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나은 것이 아니라 신경이 완전히 괴사해 더 이상 통증을 전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그 뒤에는 뿌리 끝에 고름이 잡히고 뼈가 녹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까지 가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살릴 수 있는 확률도 줄어듭니다.
신경치료는 치아를 죽이는 치료가 아니라 빼야 할 치아를 빼지 않고 남기는 치료입니다. 신경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가로 자기 치아를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살릴 수 있고 어떤 경우에 어려운지는 자연치아 살리기 안내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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